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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담기

생각담기 4. 박사란 무엇인가요?

생각담기 4. 박사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요즘 나도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다. 사실, 요즘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할 것 같다. 


나는 이 걱정을 줄이기 위해 너무 멀리보지 않기로 했고, '바로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달려오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1년을 잘 준비하여 대학원으로 갈 것인지, 취업으로 갈 것인지를 정해야하기에 요즘 들어 다시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여 그 길로 가야할 것 같다.


요즘 매일같이 마음이 바뀌고 있다. 어떤 날은 "AI Research Scientist"가 되고 싶다가도, 어떤 날은 또 "AI Software Engineer or Machine Learning Engineer"가 되고 싶기도 하다. '석사까지만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고, '애매하게 무슨 석사까지야 박사까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대학원을 바로 가야지!'하는 날도 있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정확하게 내가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를 찾았을 때 대학원을 가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대체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사실 인생에 정답은 없기에 내가 선택하면 된다지만, 요즘 많은 글들을 보면서 해깔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복잡한 내 머리속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저는 '박사'란 타이틀을 함부로 주지 않습니다."

작년 10월이었다. "데이터야 놀자"라는 행사에 지원하여 운이 좋게도 참석하게 되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모두의 딥러닝"으로 유명하신 김성훈 교수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저는 '박사'란 타이틀을 함부로 주지 않습니다. 만약 어떠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다면, 저는 그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upgrade된 인공지능 스피커 2를 연구하고 개발할 줄 아는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줍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어떻게보면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고, '이게 무슨 말이지..?'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멋진 말로 다가왔다. '와.. 그러면 박사란 타이틀은 그렇게 쉽게 얻는 것이 아니구나. 정말 멋진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구나. 나도 박사란 타이틀을 얻어서 세상에 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개발해보고 싶다. 그래서 더 나아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개발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대학원"이란 단어에 대해 처음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데이터야 놀자"란 행사에서 내가 질문했던 내용이 어떤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 그 때 아마 패널 토의시간이었는데 https://brunch.co.kr/@borashow/173 이 링크에서 내 질문은 "머신러닝/딥러닝 대학원 진학, 한국에서 or 미국에서?"였다. 



2) 공부와 연구는 다르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실 나는 공부와 연구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Study"와 "Research"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고, 연구라는 것은 결국 공부를 잘해야, 아는 것(지식)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저 둘의 차이는 "지적호기심"의 차이란 것이었다. 


대학원생들은 연구실에 들어가서 "연구"라는 것을 한다. 여기서 나는 연구라는 것이 공부를 못해도 자기가 정말 궁금하다면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별로 궁금하지도 않는데 관련된 공부만 하는 것은 "연구"란 것을 하는 데에 있어서 괜한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곳에서 엄태웅님의 글이다. (Link



나는 강화학습이란 학습 기법이 아직 많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화학습을 공부하면서 솔직히 학습하는 것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멍청하게 학습을 하는지.. 좀 더 사람처럼 학습하는 "human learning"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어디까지 연구가 진행이 되었는지 논문을 통해서 지식을 쌓아야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지식)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강화학습으로 어떠한 문제를 풀기에는 힘들다는 말이 많기 때문에 더 practical한 알고리즘을 연구하여 많은 분들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싶고, 더 나아가서 메타솔루션적인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다양한 task에 적용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


또한 나는 어떠한 domain에 집중되어 연구하기 보다는 좀 더 theoretical하게 강화학습을 접근하고 싶다. 이러한 이론은 왜 나왔는지, 왜 이런 이론, 수식을 쓸 수 밖에 없었는지, 다른 방법은 어디까지 연구가 되었는지가 공부하면서 제일 궁금했다. 쉽게 말해 "어디에 적용해보자!"보다는 "왜 이런 방법을 사용했을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직 연구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강화학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더 훌륭한 Introduction과 related work를 쓸 자신은 있지만, 아직 problem formulation, method, experiment/evaluation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대학원에 간다면 먼저 "제대로 된 문제"와 "제대로 된 접근"부터 배우고 싶다. 


이렇게 나는 공부와 연구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금하다.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를 꼭 배워서 해보고 싶다.



3) 떼놓을 수 없는 이놈의 '돈'

사실 요즘 내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기회비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돈"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최성준 박사님의 블로그에는 이러한 글이 있었다. 

"인준지에 사인을 받았다. 2012년 2학기에 입학했으니 11학기만에 졸업을 하게 되는 셈이다. 20대에서 30대가 되었고, 싱글에서 유부남이 되었다. 학졸에서 박사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여전히 통장에는 20만원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돈을 바라보고 살지 않았다. 아직 학생이기도 하고, 그렇게 무언가에 대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취업한 사람들보다는 돈을 그리 많이 벌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최근에 연구를 해보고 싶고, 딥러닝을 돌리고 싶고, 강화학습 에이전트를 돌리고 싶은데.. 할 수 있을 만한 돈이 없었다. 데스크탑 좋은 것을 사기에는 그만한 돈이 없었고, 그래서 클라우드로  돌렸었는데 돈이 꽤 많이 나왔다. 최근에 MacBook Pro를 사서 다행이지만, 그전에는 LG그램을 썼기 때문에 뭘 돌릴 수가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코딩에 대한 회의감도 들면서 그냥 논문만 구주장창 읽었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뭘 하고 싶으면(굳이 연구가 아니어도) 돈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옷이나 식비, 집도 있겠고,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또 돈이 들어간다. 그리고 돈이 없으면 연구도, 대학원도, 더 나아가 해외로도 나가기가 힘든 것 같다. 환경 탓을 하지 않는 나였지만 돈이 없으면 뭘 해보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점과 박사 학위를 취득해 봤자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시간에 비해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점이 깊은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다. 



4) 그래서 중요한 건 대학원 vs. 취업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최근에 두 가지 글을 읽게 되었다. 이 두 글을 읽으면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1) 감동근 교수님의 공대 학벌에 대해서 (2) 김우재님의 대학원 가지마라


이 두 가지 글에 대해서 간단한 글들을 가져왔다. 뒤에 글은 사실 생명과학쪽 대학원 얘기라 조금 감안하고 봐야할 것 같다.




이 두 글을 보면서 바로 대학원을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박사란 타이틀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두 글 말고 다른 글들도 많이 참고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을 가야할까?, 박사란 타이틀이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면 뭔가 정리가 될 줄 알았는데 더 꼬인 느낌이다.. 그래서 박사란 무엇이고,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할까?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내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찾아야되는 숙제같다.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 관련 링크들 :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 엄태웅님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회사냐, 대학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최윤섭님

나는 과연 대학원에 가야 하는 걸까

박사학위라는 것의 의미


-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오프라인 밋업 녹화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Hghh72SRuE&t=538s